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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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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정신 (김경희) 저자의 삶의 여러 굴곡점을 따라 가며 그 사건에 얽힌 음식들을 소개하는 음식에세이다. 시실 처음 이 책을 택한 건 역사속에 있는 우리 음식 이야기라고 생각했던지라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잔잔하고 따스한 이 책에 차츰 스멀스멀 스며들어가게 되었다. 어린 시절 오빠와의 추억속에 끄집어낸 김치냉잇굿, 시어머니와의 이야기 속에 있는 새하얀 간장 종지와 베추전 , 국민학생 시절의 거짓말로 두근거리던 마음을 진정시켜준 소고기무국등의 이야기는 바로 옆집 언니의 이야기 같았다. 박완서 작가의 글을 [열무의 매운 맛을 빼고 담은 열무김치처럼 독자의 마음을 자극하지 않고 아삭거린다]라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매우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 것 같다. 미나리무침에서 떨어져 나온 거머리 시체 일화와 만삭의 친구아내를 위한답..
문득 지적이고 싶을때 꺼내읽는 인문고전ㅡ 유나경 지금은 살짝 그 열풍이 줄긴 했지만 인문도서읽기는 언제나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이었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만큼 어려운 일로도 여겨지는데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문득 지적이고 싶을 때 꺼내 읽는 인문고전]이란 솔직하면서도 긴 제목의 책은 그 인문도서를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도록 책과 관련된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흐름을 설명해주고 선정 도서들의 주요 내용(텍스트 포인트)을 설명해주고 있다. 물론 인문고전이라 불리우는 이 책들을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이며 훌륭하다고 찬양만 하지는 않는다. 텍스트가 가진 한계도 설명하며 질문꺼내읽기라는 코너를 통해서 논술이나 토론 주제도 적합할 만한 질문도 던져준다. 세계사의 주요흐름과 고전텍스트 내용의 핵심내용 그리고 질문꺼리까지 ..
마약중독과 전쟁의 시대 제 2차 대전이 시작하자마자 독일(제3 제국)은 순식간에 영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대륙을 휩쓸어버린다. 이 역사적 사실을 두고 그동안은 히틀러의 나치당이 준비를 어마어마하게 했는데,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원의 부족과 독소전쟁의 패배로 전쟁의 기운이 넘어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라는 책에 의하면 독일군의 전쟁초반 기세는 메스 암페타민, 지금 필로폰이라 불리는 알약 덕분이었고 그 기세가 꺽인 이유 역시 같은 약 때문이었다. 1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제3제국의 전신인 바이마르 공화국은 마약의 나라였다고 책은 시작한다. 세계대전의 패배로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면서 도덕적 가치가 추락되었고 금기가 사라지면서 독극물광풍이 몰아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질서가 사라지면서 그 공백을 유..
SF, 시대정신이 되다 _이동신 sf소설을 좋아한다. 독서모임등에서 묘한 사명감으로 sf소설들을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 함께 독서모임을 하는 멤버분은 세상이 무척 달라졌기에 sf적인 소설작법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얘길 했고 그 얘기에 동감하기도 했는데 일단 나는 sf소설들이 무척 재밌다. 르귄 여사나 제미신의 광대한 세계관은 경탄스럽고 테드 창의 통찰과 깊음은 감동적이다. 켄 리우의 글은 너무나 좋고 황모과의 결이 다름이 신선하고 김초엽은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신뢰하는 서가명강 시리즈에서 SF관련책이 나왔다고 하니 비주류였던 sf가 주류에 편입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좋기도 하고 sf소설 분야를 어떻게 학문적으로 펼칠지 궁금해졌다. 책 날개의 작가소개를 읽으며 책에 대한 의구심은 기대로 바뀌었다. 좀비에 대한 논문을 쓴 영문학자인 이동신교..
우주 상상력 공장 #우주,상상력공장 제목이 참 좋은 책이다 우주가 상상력 공장이라니, 인류의 미래 터전이라든지 천연자원의 보물창고 따위가 아닌 순수한 호기심이 가득한 시선이 느껴지는 제목이 맘에 들었다. 시종일관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게 설명해주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통쾌함이 드는 지점들이 있었다. 놀랍도록 솔직해서 마음에 들었던 지점도 있었다. 전자는 창조론자들과 자유의지가 없다는 과학적 실험결과를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문장들을 보는 지점들이었다. * 진화의 주체는 생명체가 아닙니다. 환경이 진화의 주체입니다. ~ 진화의 과정은 계획에 의해서 일사불란한 과정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 착오를 통해서 최적의 상태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p259~260 *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신god을 도입하는 순..
식물을 위한 변론 식물 전공자로서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던 점이 있다. 사람들은 식물을 몹시 우습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식물이 동물인 우리와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지 몰라도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계속된 동물 아래에 있는 식물이란 개념은 무척 견고해 보인다. 어마무시한 역동성을 가진 식물인데도 그저 음식물 또는 약초로만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식물은 대부분의 생명을 책임지는 소중한 존재이다. 식물은 인간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 식물은 우주의 진공을 가로질러 1억 5천만 킬로미터 밖에서 거대한 핵융합 반응이 발산한 에너지를 활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를 쪼개고 식량을 만든다. 그것이 광합성이다.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는 지구는 꽁꽁 닫힌계일테고 , 정의에 따르면 닫힌계는 유한하다. P.39 이 책의 ..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가지인것 같다. 터미네이터같은 영화부류의 비관주의적 시선과 사실상 위험은 없다고 주장하는 낙관주의적 시선이다. 알파고가 이세돌9단에게서 승리를 거둔 사건을 계기로 인공지능에 대한 반대의 시선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이는 느낌이다. 이번에 읽은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책은 인공지능 낙관론자의 시선에서 쓰여진 책인듯 하다. 이 책의 저자인 카이스트 이상완 교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지능의 서로 다르다는 지점에서 책의 서술을 시작한다. 저자는 사람에게 최선인 것이 인공지능에게도 최선이 되는지를 물으며 현재의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는 비슷한듯 보이지만 실제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7개의 장에 걸쳐 인공지능의 역사와 앞으로의 방향을 이야기한다. 뒤표지에 있는 이광..
성냥과 버섯구름ㅡ 오애리.구정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사건과 사물들을 소재로 역사적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책들은 제법 보아왔다. 역사뿐 아니라 대중적인 과학도서들도 있으며 몇몇 책들은 무척 괜찮게 읽었다. 이런 스타일의 책들은 사실 깊이가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읽기 편하며 새로운 지식 정보를 제공해주기에 선택에 망설임이 없는 편이었다. 자주 접해왔기 때문에 사실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지만 그래도 새로운 책은 늘 유혹적이다. 특히 이 책 [성냥과 버섯구름_우리가 몰랐던 일상의 세계사]는 다른 곳도 아닌 학고재에서 출간하고, 한국 작가들이 지은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가 끌렸다. 3가지 챕터로 24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비슷한 스타일의 일본 작가들의 책에서 느끼지 못 한 인권과 평등에 관한 시선들이 느껴졌다. 미..
가짜 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스타 물리학자 김상욱교수가 올해의 책으로 꼽은 [가짜 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를 읽었다. 19세기말, 20세기 초에는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매우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고대부터 잉여시간과 여유를 누리는 유한계급이 실질적인 문명과 진보를 만들어 왔기에 인류 문명이 일정수준이상 발달하면 노동시간은 축소될 것이라는 이유때문이었다. 그러나, 주 15시간이 대세일것이란 많은 철학자와 경제학자들의 예상은 익히 알다시피 보기좋게 깨져버렸다. 내가 사는 대한 민국은 주52시간 노동을 이야기하며 근면성실이 모범이 되는 사회이며 주 15시간은 주휴수당의 기준선이란 의미만을 가지고 있다. 북유럽에 거주하는 이 책의 저자들은 사회가 진보,발전함에도 불구하고 왜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 내가 생각하는 연극 햄릿의 하이라이트는 결투장면이다. 서부 영화하면 떠오르는 장면도 권총 결투장면이다. 그저 마초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결투로 세계사를 이야기한다니 제목에서 읽어달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 선택하게 된 책이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다. 유럽 특히 독일 중심의 사건으로 이어진 이 책은 성경에서 언급된 최초의 결투인 카인과 아벨이야기와 현재까지도 독일과 오스트리아 남학생의 5~6%정도의 인원이 경험한다는 결투의 한 형식,"멘주어"로 시작한다. 공권력이 약했던 고대 사회에서 분쟁 해결 방법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결투를 "페데"라고 불렀다고 한다. 신은 진실을 말하는 자에게 승리를 둔다는 믿음위에서 페데라는 결투는 일종의 신명재판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개인의 사적복수를 금지한 중세 기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