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소설을 좋아한다.
독서모임등에서 묘한 사명감으로 sf소설들을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 함께 독서모임을 하는 멤버분은 세상이 무척 달라졌기에 sf적인 소설작법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얘길 했고 그 얘기에 동감하기도 했는데 일단 나는 sf소설들이 무척 재밌다.
르귄 여사나 제미신의 광대한 세계관은 경탄스럽고 테드 창의 통찰과 깊음은 감동적이다. 켄 리우의 글은 너무나 좋고 황모과의 결이 다름이 신선하고 김초엽은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신뢰하는 서가명강 시리즈에서 SF관련책이 나왔다고 하니 비주류였던 sf가 주류에 편입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좋기도 하고 sf소설 분야를 어떻게 학문적으로 펼칠지 궁금해졌다.
책 날개의 작가소개를 읽으며 책에 대한 의구심은 기대로 바뀌었다. 좀비에 대한 논문을 쓴 영문학자인 이동신교수는 4부에 걸쳐서 sf소설의 정의,역사, 가치와 나아갈 길을 소개한다.


먼저 문법적으로 오류라고 생각되는 질문인 "여기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가 속해있는 시간관, 역사관, 세계관이 옳은 것인지를 고민하는 장르가 sf소설이며 다르코 수빈에 의해 sf만의 특징을 가지게 되었음을 얘기한다.
수빈은 인지적 낯섦, 노붐이 sf의 특징이라고 했고 저자 역시 이 2가지가 sf의 핵심요소라고 말한다.
작가의 경험적 환경의 대안이라는 인지적 낯섦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판타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면서, 인지적 혁신인 노붐으로 세계관과 우주관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sf소설이나 영화등에 의해서 제시된 기술을 과학이 따라간다고 생각해왔기에 작가의 지적에 동의할 수 있었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sf가 판타지에 비해 인기가 없는 이유를 지적할땐 학자로서의 위치와 대중성 사이에서의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척 솔직한 글들이라 마음에 드는 대목이었다.
시간을 다루는 방식의 중요성때문에 프랑켄슈타인이 아닌
웰스의 타임머신을 sf의 시작으로 꼽는다는 작가의 생각은 어느 정도 일리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페이스 오페라와 스타워즈(p88~), 사이버스페이스와 매트릭스(p121)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sf소설을 선택할 때 꽤 중요한 정보가 휴고상이다. 그 상의 이름이 sf잡지의 편집장 휴고 건즈백에서 따왔다는 사실은 이번에 새로이 알게되었다. 이렇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휴고가 나에겐 인생책으로 꼽는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완전한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는 점은 신기했다.
많은 sf팬들이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이 책에서도 sf장르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책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인생책이며 스타워즈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된다는 이 책을 위해 아시모프가 심리역사학 이란 용어까지 만들어냈다는 설명에는 감탄이 나왔다.
아직 못 읽은 책인데 새해의 버킷리스트에는 파운데이션 완독을 넣어야겠단 다짐이 든다.
아시모프 뿐만 아니라 코니 윌리스의 둠즈데이북, 커트보니것의 제5도살장, 필립 K딕의 소설들이 소개되는데 김초엽의 작품도 소개되어서 반갑고 기뻤으며 소개된 책들의 절반 이상은 읽은 나 자신에게도 뿌듯함을 느꼈다. 아쉽다면 옥타비아 버틀러가 소개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서울명가 시리즈 중 처음으로 책 앞쪽의 주요 키워드가 소개된 페이지를 꼼꼼히 읽었음을 고백한다. 주요키워드를 읽고 책을 읽으니 잘 읽혀졌다.
좋아하는 분야를 더욱 잘 알게 되는 것은 기분좋은 경험이다.
이런 기분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책 [SF, 시대정신이 되다]였다.
#SF,시대정신이되다 #서가명강27 #이동신
#낯선세계를상상하고_현실의답을찾는문학의힘
#인지적낯섦 #노붐
#책읽는과학쌤 #컬처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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