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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책읽기

마약중독과 전쟁의 시대


제 2차 대전이  시작하자마자 독일(제3 제국)은  순식간에  영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대륙을  휩쓸어버린다.  
이  역사적 사실을  두고  그동안은  히틀러의  나치당이  준비를    어마어마하게  했는데,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원의  부족과  독소전쟁의  패배로  전쟁의  기운이  넘어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라는  책에  의하면  독일군의  전쟁초반  기세는   메스 암페타민, 지금 필로폰이라  불리는  알약 덕분이었고   그  기세가  꺽인  이유 역시  같은 약 때문이었다.
1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제3제국의  전신인  바이마르 공화국은  마약의 나라였다고  책은  시작한다.  
세계대전의  패배로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면서  도덕적  가치가 추락되었고  금기가  사라지면서   독극물광풍이  몰아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질서가  사라지면서   그 공백을  유흥 문화가  채웠다고  한다.   이  혼란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히틀러와 나치당은 인민의  건강성 회복이란   명목으로   마약이  아닌  국가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로  집단적 황홀감을   불러일으키며  권력을  잡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히틀러는  커피조차  마시지  않는  금욕주의자이며   완벽한 건강함의  표상으로   포장되는데  저자는  이런 현상을  생겨나지   말았어야 했고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신화라고 이야기한다.  (p35)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던  히틀러는   사진작가인 하인리히  호프만의  소개로  성병 전문의이며   환자의  비밀을  지켜주기로 소문난  모렐박사를  만나게  된다.  첫 만남이후 히틀러는  모렐박사의  환자 A가 되고  임상실험체가  되었다.  물론    처음  몇년은  상당량의  비타민을  정맥주사로  맞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히틀러와  모렐박사의  만남과는  별개로  2차 세계대전  직전  제3제국의  합성 각성제  개발기술은   가속화되었고  그때  만들어진   필로폰, 메틸암페타민은  [페르비틴 ]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는  성과 사회의 징조로  사회 전반에  널리  쓰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  생리학 연구소 소장이  된   랑케교수는   독일군의  주적을  피로로  삼고    그  피로와 싸움을  위해   전 군대에  페르비틴을  보급하게끔  한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알고있던  2차 세계대전의  초기 모습이었다.
* 각성제  복용에  관한  어떤  지침도  없는  상태에서  대대적으로 약에  취한 국방군은  약에 취하지 않은 무방비 상태의  동부이웃 국가를  순식간에 밀고 들어갔다.    p81
* 독일군은  일찍이  본 적이  없는   도취상태에서   프랑스  국경도시를   점령했다.    p108
* 이제  잠을  잘 필요가  없어진  독일군의  전격전은 인간의  한계를 허물어뜨렸고, 이로써 장차  광란의 살육전을 위한 씨앗이  뿌려졌다.    p115
그러나  이런  무적의  독일군은  그들을  무적으로  만든  페르비틴에  의해 균열이 생기게 된다.  
가장 먼저  균열은 히틀러였다.군사작전의  놀라운  성공에   히틀러는  정작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전격전을  펼친  장군들을 질투하면 압박감을  느꼈다.  1940년에 이미  모르핀에   중독되어 있던   괴링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히틀러는  됭케르크에서의  정지명령이란   큰 실수를  내린다.  그 이후 히틀러가  모렐박사의  주사에  함몰되어 가는  사이   랑케교수는  마약딜러처럼 움직이며   페르비틴의  부작용들을   외면해버린다.
이러한  랑케교수의  모습과  처음에는  사람좋아보이던  의사 모렐의  욕망의  크기와 비례하는   흑화는  인간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듯  했고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또한, 효율성만을  강조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모든  최악의 경우를   히틀러의  제3제국이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쟁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벙커에 숨어버린  히틀러는 국민의  열광이라는  마약대신    아편 유사제인  옥시코돈,  코카인인  오이코달들을  혈관에  흐르게 하며  망상의  세계에 갇혀버린다.
그리고  전쟁의  여파로  더이상 마약을  공급받을  수  없게된 히틀러와 독일군은  우리가  아는  결말을  맞게 된다.
1941년 이후  갑작스럽게 자주  보여지는  히틀러의  오류들이  마약중독으로  인한 결과였다는   이 책의  내용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결정적  순간마다  외부에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약을  찾는 히틀러의  모습에서  무지하고 게으르며 자존감낮지만   자존심만 높은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히틀러가  개인적  능력을 상실해 갈때  함께  망가지는 예스맨들의  모습도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이  책을  위한 저자의 조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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