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단으로 책읽기

맛의 정신 (김경희)


저자의 삶의  여러 굴곡점을  따라 가며  그 사건에 얽힌  음식들을 소개하는  음식에세이다.

시실  처음  이 책을 택한 건 역사속에 있는  우리 음식 이야기라고 생각했던지라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잔잔하고 따스한 이 책에 차츰 스멀스멀  스며들어가게 되었다.

어린 시절 오빠와의 추억속에  끄집어낸 김치냉잇굿, 시어머니와의  이야기 속에 있는  새하얀 간장 종지와 베추전 , 국민학생 시절의 거짓말로 두근거리던 마음을  진정시켜준 소고기무국등의 이야기는  바로 옆집 언니의 이야기 같았다.

박완서 작가의 글을 [열무의 매운 맛을 빼고 담은 열무김치처럼  독자의 마음을 자극하지 않고 아삭거린다]라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매우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 것 같다.

미나리무침에서 떨어져 나온 거머리 시체 일화와  만삭의 친구아내를 위한답시고  미꾸라지를 왕창 안겨주었다는  남편 친구의 센스부족한 배려 일화에는  미소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는  노령견이 된 반려견 진주를 위한 북어국 장면은 뭉클했고 친정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시기의  꿈이야기와  팥죽이야기는 코끝이 찡해졌다.  코로나 시절 스스로를  위해 끓인 루꼴라죽이나 사우어크라우트는  요리를 포기한  나도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아들의 대학 입시과정에서의 군자란 이야기와 메시지는 뻔하지만 울림이 있었다.

ㅡ어차피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짧은 기다림과 긴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우아하고 고귀하게 피어나길 기다리는 소소한 기다림. 이런 기다림이 있는 한 나는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p209~

살아온 생애와  더불어 음식이야기로 꾸며진 단순한 에세이만은 아닌게 실질적인  요리 팁도 쓰여진 실용서의 면목도 가진 책이다. 그 요리법이 화려하거나 과하지 않아서 좋았다.

ㅡ소고기 우거짓국을 끓이기 위해서는 먼저 솥에다 얼갈이배추와 물을 약간 넣고 물컹하게 삶는다. 삶은 배추는 쫑쫑 잘라 물기를 꼭 짠 다음 고춧가루와 액젓, 다진 파와 청양고추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소고기는 조선간장과 참기름,마늘을 넣고 양념한다. 냄비에 육수를 적당히 붓고 소고기와 우거지, 된장 한 큰 술을 넣고 용솟음칠 때까지 팔팔 끓인다. 채 썬 양파와 다진 대파,마늘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 후 불을 끈다.    p77

요리방법에 대한 설명이 잔잔하지만 알아들기 쉬워서 나같은 요리포기자도 대충은 흉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종지를 보면서 명정월색이라고 표현하는 부분과 저자가 스스로의 유치함과 철들지 않음을 좋아한다는 고백이 좋았다. 그러나 내 눈에 보여진 이 책의 저자는 나보다 훨씬 더 성숙하고 마음이 넓은 인생선배 같았다.

자신의 인생을 알차게 잘 꾸린 인생 선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에서 가장 좋았다.

ㅡ왜 살아야 하는지,무엇때문에 살아야 하는지 목적을 발견한 삶만이 의미 있는 삶이 아니라 주어진 하루하루를 그냥 열심히 살아내는 것 또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p225

올해의 새해 목표에 배달음식 줄이기가 들어간  나에게 조금은 다시 요리에 도전해볼까라는  바람을 넣어준 책이다. 그리고  블로그에 1일 1포스팅올리기도 목표에 들어가 있다.  고백하자면  꾸준히 책읽고 글쓰는 할머니가 되고싶다.

이 책의 저자처럼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책도 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일단은 매일매일 글을 쓰고 싶고 그 글이 온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문구가 참 인상적이었다.

ㅡ'어떻게 써야 할까?'라는 질문은 살아있는 한 계속해서 글을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p223

따뜻하고 친절했다.


#맛의위로 #김경희 #이비락 #음식과연결된_우리의삶 #왜,무엇,어떻게의_질문들.
#책읽는과학쌤  #콜라에취한마녀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저만의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