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연극 햄릿의 하이라이트는 결투장면이다.
서부 영화하면 떠오르는 장면도 권총 결투장면이다. 그저 마초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결투로 세계사를 이야기한다니 제목에서 읽어달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 선택하게 된 책이 [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다.
유럽 특히 독일 중심의 사건으로 이어진 이 책은 성경에서 언급된 최초의 결투인 카인과 아벨이야기와 현재까지도 독일과 오스트리아 남학생의 5~6%정도의 인원이 경험한다는 결투의 한 형식,"멘주어"로 시작한다.
공권력이 약했던 고대 사회에서 분쟁 해결 방법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결투를 "페데"라고 불렀다고 한다. 신은 진실을 말하는 자에게 승리를 둔다는 믿음위에서 페데라는 결투는 일종의 신명재판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개인의 사적복수를 금지한 중세 기독교시대가 되면서 형식적으로 금지된다.
오직 신의 복수만을 인정하는 기독교이지만 전파과정에서 신명재판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는 재미있었다.오히려 기독교 사회에서 신명재판의 종류가 다양해진 느낌이었다.
결투하면 기사가 당연히 떠오른다. 전통 기사가문이 존재할 줄 알았는데 기사는 왕과 귀족을 섬기는 부하일 뿐 세습제에 속한 귀족은 아니었다는 내용은 새로 알게된 부분이다.
기사 계급의 성장과 기사도가 시대정신이 된 13세기부터는 결투는 이제 재판의 성격보다는 명예를 위한 대결로 성격이 변했다. 특히 프랑스 대혁명 전후 반결투법의 등장과 왕정복고의 시대적 상황에서 결투가 늘어나게 된다. 결투가 인간의 허영심과 자존심을 충족시키게 된 것이다. 허영심과 자존심을 채우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싶다.
세계에서 최초로 반 결투법을 제정한 영국에서도 19세기 초반까지 결투로 분쟁을 해결하러 들었다고 한다.
사상으로 이어지는 서유럽과 달리 북유럽은 목가적 형태로, 남유럽은 결투에까지 정열적으로 달려드는 설명들은 인상적이었으며 우리가 어떤 개념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의 상당히 서유럽 중심 주의 인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황야의 무법자같은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결투 모습은 보충 편으로 설명된다. 철저한 유럽의 세계사 책이다. 유럽 중심의 결투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결투라는 행위가 봉건 왕정과 밀접한 관계였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또한 남녀간의 결투, 여성끼리의 결투도 존재했는데 쉽게 상상할수 있게 치정문제가 아니라 명예회복이 주된 목적이었다고 한다.
오늘 날, 결투가 소멸된 이유는 스포츠의 발달과 신사도가 널리 확대된 결과라고 작가는 지적한다. 법의 강제력과 인권의식이 강해진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결투의 뿌리는 결국 생존본능과 경쟁심, 명예심으로 얘기할 수 있는데 이런 요인들과 사회적 요소들의 상호 밀접한 관계로 결투는 스포츠로 변했다고 얘기한다.
과거의 결투와 외형적으로 가장 비슷해보이는게 펜싱이다
물론 둘은 공통점도 있지만 본질이 다르다고 한다 펜싱은 승부를 가르는 게임이지만, 결투는 생명을 건 도전이라는 것이다.
결투에 있던 투쟁정신은 간직하고 야만성을 배제한 뒤 안정장치를 가진 것이 스포츠라는 것이다.
결투로 지키려 했던 명예의 자리를 이제는 스포츠 맨쉽이 차지하게 되었고 결투에 열광하던 대중들은 공놀이에 열광하고 있다.
어디서 들어본 듯 싶으면서도 소소하게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소소한 주제별로 이야기꺼리들을 수집해서 공통된 주제로 묶어넣기에 능한 전형적인 일본스타일의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유럽 세계사 책이다.
#당신이몰랐던_결투의세계사 #북이십일레드리버
#하마모토다카시_스가노미치나리 #노경아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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