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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위한 변론 식물 전공자로서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던 점이 있다. 사람들은 식물을 몹시 우습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식물이 동물인 우리와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지 몰라도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계속된 동물 아래에 있는 식물이란 개념은 무척 견고해 보인다. 어마무시한 역동성을 가진 식물인데도 그저 음식물 또는 약초로만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식물은 대부분의 생명을 책임지는 소중한 존재이다. 식물은 인간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 식물은 우주의 진공을 가로질러 1억 5천만 킬로미터 밖에서 거대한 핵융합 반응이 발산한 에너지를 활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를 쪼개고 식량을 만든다. 그것이 광합성이다.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는 지구는 꽁꽁 닫힌계일테고 , 정의에 따르면 닫힌계는 유한하다. P.39 이 책의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브런치에서 당선되고 전자책으로만 제공되다가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종이책으로도 출간된 [안녕하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었다. 뒷 표지에 쓰여진 먼저 읽은 독자들의 평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지금의 나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일중독으로 살다가 어느 순간 찾아온 번아웃으로 모든 것에 손을 뗀 영주가 "책읽기를 좋아하고 가장 활기넘치던" 중학생 시기를 꿈꾸며 서점을 개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낯선 동네인 휴남동이 동네이름의 휴가 오로지 쉴휴 休라는 이름으로 선택된 것이다. 그곳에서 단추로 고민하던 민준, 민철모자, 책벌레 상수, 아들같은 그분과 사는 지미, 뜨개질 하는 정서와 한국어 공부를 하는 승우까지 휴남동서점에 녹아내린 사람들의 모습이 참 다정했다. 그리고 영주의 엄마와 그녀의 전남편 ..
밝은 밤 (최은영) 야~~~~~ 글 참 잘쓴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이런 마음이 들었다. 문장과 호흡이, 이용되는 단어들이 트렌디하면서도 처음 읽었을때 뭔가 쿵 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 한 페이지에서도 줄 치고 싶은 문장들이 여러 번 나오기도 했다. 다른 곳에 가서 인용하면 멋지겠다 싶은 문장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책이 전하는 의미와 메시지는 둘째치고 그 문장들을 음미해보느라 책읽는 속도가 더뎌진 책이었다. 글을 잘 쓰네로 시작한 첫 인상은 일제강점기로부터 시작된 지연의 증조모 삼천,이정선과 새비아주머니, 할머니인 박영옥과 희자 할머니 그리고 엄마 길미선과 명희 아줌마, 책의 화자인 지연과 지우까지의 이야기들은 묘한 서글픔을 바탕으로 묵직하며 아린 여운으로 마무리 되었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지연이 희령으로 와서 그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