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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는 책읽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김상욱)

#하늘과바람과별과인간

왜  책을  읽느냐는  질문에  주로  하는  답은  "재밌어서 읽는다"이다.

평소  막연하게  하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해주는  문장을  만난  경우  그리고  내  생각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글을  만나면  정말이지  기분좋고  다양한 의미로  재밌다.

윤동주의 유고 시집이 떠오르는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이란 제목의 이 책은  호기심많은  물리학자가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쓴 책이다. 여러 부분에서  참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다정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필요하고 그 이유들을 탐구하는 학문이 물리학임을 말한다.  물리학자의 눈으로 원자와 태양계 그리고 인간을 이야기 한다. (마지막 장이 정보인데 인간을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양자역학과 화학 그리고  천체물리학과 생화학의 개념들이 모두 들어간 주제들인데 저자는 모든 주제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꿰뚫어보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태도가 권위적이지 않는 평소 저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여겨져서 보기 좋았다.

사실 1장과 2장은 빅뱅과 원자,우주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생물전공자인 나는 물리학자의  유려한 글을  따라가면서 즐겁게 읽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다 생명을 이야기하는 3장부터는  물리학자의 시선을 무척 재밌어하면서 내가 가진 것들과 비교하면서  읽어서  훨씬 집중도있고 재밌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다른  주제들 보단 진화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리학자인 저자는 진화보다는 자기를 유지하려는 능력인 항상성과 그에 필요한 에너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  자기 보존의 목표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이 복제다. 복제과정에서 생기는 오류와 자연선택은 필연적으로 진화라는 다음 단계의 결과물을 낳는다. 따라서 나 역시 진화보다 보존이, 유전자보다 에너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205

나와 다른 생각이지만 그 생각이 충분히 논리적이기에  좋은 의견으로 인정하는 일이 얼마나 유쾌한 경험인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물론 생각이 완전 다른 건 아니었다.  생명은 결국 효소의 효소에 의한 효소를 위한 원자들의 집단(p221)이라거나  생명은 원자로 만들어진 화학기계(p228)라는 표현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했다.   생명체의 진정한 특징으로 오류를 수정하는 능력을 꼽은 지점들(p240,242)은  감탄스럽기도 했다.

단백질은 구조가 매우 다양하다. 생물학자들은 오랜 세월동안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왔다. 그런데 '알파폴드'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인간들보다 월등하게 구조예측을 해낸다고 한다.  앞으로 바이오산업분야가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게 될까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다시 연구원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생기고 그 시절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과학의 많은 영역을 다루는 책인데 억지스럽다거나 무리한 전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양자역학 뿐 아니라 과학 전반에 걸쳐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저자가 부러웠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는 모범적인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왜 김상욱 교수는 다정한 물리학자로 불릴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 거대한 것일수록 더 작은 것의 지배를  받는다.    p151
* 잉여는 중요하다.  p253

이런 사실들을 아는 사람의 마음은 겸손과 여유로움이 디폴트값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겸손과 여유로움이 김상욱교수를 다정한 물리학자로 만든 게 아닐까 싶어졌다.

1,2,3 챕터가 끝나면  저자의 에세이가 나온다.  신과 죽음 사랑에 대한 주제인데 신과 죽음에 관련된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똑똑한 이과생  중의  감성풍부한  문과생인듯  싶었다.

* 결국 신은 인간이 다른 인간과 함께 조화롭게 살기 위해 만들어낸 궁극의 상상력이었던  것이 아닐까     p109

* 죽음으로  충만한 우주에 홀연히 출현한 생명이라는  특별한 상태. 어쩌면 우리는 죽음이라는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잠시 생명이라는 불안정한 상태에 머무는 것인지도 모른다.    p194

특히 이 책이 좋았던 건 평소 내 생각과 일치한 문장들이 있어서이다. 자주 이야기하는 내용들인데 사람들은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놀라기는 하지만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진심으로 기뻤다.

* 복잡한  생물이 더 진보한 것이라는 생각은 세상을 인간 중심으로 보는 우리의 편견이다.  복잡성이 생명의 목표라면 단세포 생물은 왜 지금까지 존재하나?    p290

* 물리학자가 보기에  인간이 만든 허구의 체계를  연구하는 학문이  인문학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문학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인간'이 가장  중요하다......왜  인간이  중요한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p334


나는  정말...인간중심적  사고가  너무  불편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얻어가는 것이 무척 많은 흥미로운 책이었다.





#하늘과바람과별과인간  #원자에서인간까지  #바다출판사  #김상욱  #책읽는과학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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