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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책읽기

식물을 위한 변론





식물 전공자로서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던 점이 있다.  
사람들은 식물을 몹시 우습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식물이 동물인 우리와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지 몰라도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계속된  동물 아래에 있는 식물이란 개념은 무척 견고해 보인다.  
어마무시한 역동성을 가진 식물인데도 그저  음식물 또는 약초로만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식물은 대부분의  생명을 책임지는 소중한 존재이다. 식물은 인간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다.

* 식물은 우주의 진공을 가로질러 1억 5천만 킬로미터 밖에서 거대한 핵융합 반응이  발산한  에너지를 활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를 쪼개고 식량을 만든다.  그것이 광합성이다.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는  지구는  꽁꽁 닫힌계일테고 , 정의에 따르면  닫힌계는 유한하다.     P.39

이 책의 저자인  맷 칸 데이아스는  식물의 위대함을 칭송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사실  <랩걸>이후, 식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꽤 많아졌다.  비교적 많아진  식물 소개 책 중에서도 이 책의 도드라진 특징은  독특한 객관성에 있다. 식물이  얼마나 잘  적응해 왔는지를    설명하지만  그것이  식물의  특별함은  맞지만  위대함은 아니라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현재 지구상에  남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진화의  시간 속에 살아남은 위대한  존재들이란  생각으로  어느 특정 종이  매우  뛰어나다는  주장을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이 책에서는  식물의 의식을 논하지 않는다.  저자는 사람들이  식물의 의식을 얘기하는  것을  상상력의 부재라고 이야기한다.  

* 식물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태도는 인간의 자기 도취적 사고에서 비롯된 자만심의  소치다.  P.7

그 이후, 식물의 수정,이동, 먹이 등  생애 주기를 따라 서술되는  이 책에는  다양한 식물들의 실례들이 소개되는데 우리에겐 낯선 식물들의 독특한  외관과  신기한  생명유지 방법은 흥미로웠다.  
식물들의 생활사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함을 설명하며  우리 눈으로 관찰이 어려운 조그만 일들을 해내고 있기에  원시적이라는 표현이  과연  적절한지  생각해보게 된다.

식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서   우리가 흔히 아는 곤충, 새, 바람 뿐 아니라  박쥐와  도마뱀도 이용할 줄 알며  심지어는 성적 속임수까지 사용하기도 한다.

* 내가 말하는 성적 속임수는  수분 매개자로 하여금  실제로는 꽃과 교미하면서도  암컷과 교미한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P.99

그리고 특정  이끼들은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 동물의 똥마저도 이용하는데  동물마다 질감과 화학적 성질이 다른  변을 배출하기 때문에  이끼들은  종마다 다른  똥에 특화되어 있다고 한다. (상상하지는 말자.....)


저자는  사람들이   가진 선입견 중의 하나가 자연셰계를  평화롭고 조화롭다고 보는  것이라며  자연은  본질적으로  "기브 앤 테이크"라고 잘라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내용에서  통쾌하기까지 했다.  명왕성의 하트는 물론 어여쁘지만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화성의 지층에서 사람의  얼굴을  찾는 행위는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 우리는 자연에서 순도 100퍼센트의 순수와 선함을 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지만  원래 자연은  선도 악도 아니다. 그런 하찮은 인간의 감정때문에  자연 체게가 교착 상태에 빠지는  일은 없다.  P.92

* 우주 삼라만상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에서 인간은 모든 형태의 생명체를  인간화하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P.148

식물들도  생존경쟁을  한다.  같은 종끼리는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지만 , 화학적 방법으로 다른 종을 독살시키기도 하며, 개미와 진드기 같은 경호원을 고용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식물들이 육식을 즐기고 있으며 뻔뻔스럽게   기생생활도 마다하지 않는다.  독특한 색을 가진 매혹적인 식물들의 대부분은 기생식물들이라   엽록소가 필요없단 사실이   흥미로웠고  세계에서  가장 큰 꽃으로 알려진  라플레시아가  기생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개화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종속 영양 생물이 꽃을 피운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


* 세상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화합물을  생산하는 곳도  식물의 세계다.  겉으로 그토록  무해해 보이는 생물이 이토록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다.  P. 159

이렇게 복잡하며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식물들에게 가장 큰 천적은 슬프게도 인간이다. 인간에 의해  40%의 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서식지 파괴와 침입종의 등장과  더불어 식물의 유용성이 식물멸종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은  참으로 씁쓸하다.  

저자는 다양한 주장을 하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잔디를 없애자는 것이었다.   잔디의  생태학적 기능은  제로에 가까우니 토종 식물 정원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적극  찬성하는 주장이다.

저자는 생태학 복원을 연구한 사람이다.  생태학에서 가장 기본이 식물이며  유한한 지구를 무한히 개방된 상태로 만든 존재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이야기 하며 책을 마무리 한다.

식물은 우리가 지켜봐주는 존재가 아닌 함께 생존해가야 할  존재임을 알려주는  목소리가 큰 책이었다.


* 식물을 둘러싼  온갖 감상적인  전통사상과  신비주의에서 벗어나면, 식물이  세상에서 삶을  유지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알게 될 것이다.  식물은 지구의 나머지 생물처럼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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