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공부를 중간에 포기해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는 식물 전공자이다. 그래서인지 랩걸이후 식물 관련 책들이 많아지는 현상들이 괜시리 뿌듯해지곤 했었다.
콩쿠르상을 수상한 작가가 식물에 관련된 책을 썼다고 해서 호기심이 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단세포생물 바로 위에 식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는것 같아서 아쉬움을 느껴왔다.
식물은 인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능을 발전시켜왔으며, 네트워크를 만들어 소통하며 스스로를 지켜온 존재이다.
식물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우리가 더 인간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는 총 15개의 챕터에 걸쳐 식물의 위대함을 매우 정성들여서 주장한다.
식물의 아름다움과 유용성이 아닌 식물 자체의 반응을 서술한 글이 일단은 무척 반가웠다.
저자가 내가 가장 존경하는 다윈에게 천재적인 직관에 경의를 표하는 장면들이나 식물에게 가진 태도들은 매우 마음에 들었고 책의 전체적인 흐름도 괜찮았다.
° 식물계를 언제나 지배하는 최소 노력의 법칙이다. 불필요한 행위도 하지않고 이유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도 없다.... /p59
° 식물은 자기표현을 하기 위해 상대에 따라, 그리고 전하려는 내용에 따라 다양한 차원의 언어를 활용한다 /p121
° 식물도 곤충에게 말할 줄 안다. 잠재적 동료를 유인하고, 공격자에게 개별 메시지를 보내거나 그 공격자의 포식자에게 직접 말을 걸어 공격자를 없애 달라고 한다. '말한다'는 건 들을 줄 안다는 걸 함축한다. 심지어 공격자의 신원을 확인하기도 전에 그들의 생각과 유전자 구성을 '읽을'줄 알고, 그들을 제거하기 위해 불러야 할 적의 유형을 결정할 줄 안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 p124
저자가 은근슬쩍 안 좋은 뉘앙스로 표현하는 유물론적 과학자들과 같은 입장에 놓여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다른 과학자들이 재현해낼 수 없는 실험은 과학적이라고 생각하질 않는다. 그래서 물은 답을 알고있다.부류의 책들을 매우 싫어하는 데 이 책에서 언급하는 음향효과나 칭찬의 효과는 사실 거부감이 조금 들긴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다양한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작가의 노력과 준비성에는 박수를 보낸다.
뿌리끼리 소리를 들으며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으려 한다는 내용은 흥미로웠고 기후조건이 아무리 바뀌어도 산소가 21%의 경계를 유지하는 자연현상은 신비로웠다.
유머까지 갖추었다는 식물의 자연적 방어 체계는 경탄스러웠다.
°자연을 다스린다고 주장하는 유전자 변형학은 식물이 가진 수단들을 마주하고 제 무지를, 제 오만과 한계를 줄곧 입증해보인다. /p35
인간이 식물의 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말에는 사실 동의하기 어렵지만 인간은 식물없이는 살지 못 하지만 식물은 인간없이 살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식물에 대한 따뜻하고 다양한 시선의 객관적 글들이 더 많아지기를 소망해본다.
#식물의은밀한감정 #디디에반코뵐라르트 #백선희옮김
#연금술사 #콩쿠르낭수상작가 #식물은인간의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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