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예체능에는 전혀 소질이 없던 나에게 예체능 수업시간은 참으로 지옥같은 시간이었다. ( 꿈이 많아야 할 어린 시절에 아무리 노오~~~~력을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는건 사실 정말 우울한 일이다. )
그렇지만, 어린 시절에 노력을 많이 기울인 덕분인지 미술이나 음악 작품을 감상하는건 즐기는 편이고 미술사나 음악사에는 꽤 관심을 가지고 관련책도 즐겨 읽는 걸 보면 학창 시절의 예체능 수업의 유용성에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기본적으로 미술관련책에 관심이 많은데 부제인 "매혹적인 회화수업"이란 문구에 혹하게 된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이란 책은 이탈리아 미술품 복원사이자 공인 문화해설사이며 유투버로도 활동 한다는 이다(윤성희)님이 쓴 책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주요작품들을 설명하는 흔하디 흔한 책이 또 나왔는데 이 책은 표지가 예쁘네" 라는 생각이 솔직한 첫인상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저자의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며 빠져들어 읽게 되었다.
오직 신의 섭리만을 외치던 중세의 장막에서 벗어난 이탈리아인들은 드디어 인간의 내면을 관찰하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르네상스 미술품을 만들어 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 르네상스 미술은 생각하기 시작한 인간과 느끼기 시작한 인간의 솔직한 모습에 대한 기록입니다. p11
총 13개 주제에 따라 주요 작품들을 소개하는 방식의 이 책에 실린 작품과 화가들은 모두 대단하고 익숙한 제목의 작품들이었다.
목차를 훑어보다 평소의 내 생각과 일치해서 제일 먼저 라파엘로의 성모 마리아를 소개하는 11장부터 읽었다.
작가의 얘기처럼 이 땅에 완벽한 미술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하는 천명을 받고 태어난 것 같은 르네상스의 3대 거장 중 가장 늦게 태어나서 가장 일찍 죽은 라파엘로의 그림은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든다고만 생각했는데, 라파엘로가 얼마나 사교적이며 영리하고 노력하는 화가였는지를 새삼스럽게 알 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에 새기며 그리워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초상화가 고상함이란 가치를 담으며 브랜딩마케팅의 효율적인 수단으로 변화했다는 설명은 흥미로웠으며, 과학적인 눈을 가진 예술가인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제작 과정은 참으로 감탄스러웠다.
실제 이탈리아 여행에서 최후의 만찬을 직접 볼수 있었다. 인터넷예약에 실패하고 새벽에 가서 줄서서 오후 늦게 겨우 감상할 수 있었던 최후의 만찬은 심하게 훼손되었다는 이야기와 달리 무척 큰 감동을 주었고 생각보다 덜 훼손되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최후의 만찬에 대해서 작가는 "역사가 훼손하고 인간이 복원한 작품(p232)"이란 멋진 표현을 했다. 지켜낸 수도원 사람들과 복원한 복원사분들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고 그렸다는 수도사 화가 필리포 리피라는 매력적인 화가를 알게 되어서 좋았다.
또한 잃어버린 고대를 알기 위한 열정으로 르네상스 미술이 원근법을 발명하였으며 꽤 익숙한 [우르비노 공작부부의 초상화]를 그린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그림보다 수학에 관심이 더 많았다는 설명도 재밌었다.
다양한 화가와 익숙한 미술작품에 대한 새로운 설명뿐 아니라 복원의 어려움과 복잡함,조심스러움 등도 더불어 알 수 있던 책이었다.
그동안 꽤 많은 미술사 책을 읽어왔고 나름 지식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새로 배우고 감탄한 부분들이 많았다. 겸손하게 계속 배워야 한다는 걸 되새기게 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 중 <냉정과 열정 사이>가 있다.
그 영화에서 쥰세이는 유화 복원사란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 영화를 통해서 피렌체와 피렌체 두오모 그리고 이탈리아 미술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영화를 보고 난 몇년 후 드디어 피렌체를, 이탈리아를 느끼고 왔었고 그 때의 기억은 지금도 좋게 남아있다.
인간과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13가지 챕터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설명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또한, 르네상스 미술사의 가이드 북이자 동시에 이탈리아 미술관과 소도시 튜어 가이드 북과 같은 이 책 덕분에 다시 한번 이탈리아를 꿈꾸게 되었다.
(다산북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인간을탐구하는미술관 #이다(윤성희) #브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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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르네상스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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