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익숙했던 시계태엽 오렌지를 마침내 읽었다.
15살의 영국소년 알렉스가 살인범이 되기까지 각종 범죄행위(폭력, 절도 , 강간 등)를 저지르다 살인범이 되고 마는 1부와 교도소에서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고 갱생요법을 받게되는 2부 그리고 18세가 되어 석방된 이후의 날들을 보여주는 3부로 구성된 책이다.
사실 1부를 읽는데만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알렉스의 쓰레기같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행위들에 대한 묘사를 읽어내기가 벅찼다.
모임의 지정책이 아니었다면 읽어내지 못 했을 것이다. 1부를 읽는 내내 이 책의 목적이 범죄 미화인지, 범죄행위에 대한 불편함을 만들어내서 범죄를 더욱 증오하게 만드는 것 인지를 생각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힘겹게 1부를 겨우 읽어낸 다음부턴 갑자기 속도가 붙었다. 심지어 2,3부는 매우 흥미로웠다.
2부에서 알렉스는 이름이 아닌 6655321번으로 불린다. 폭력적 성향과 별개로 베토벤과 바흐를 사랑하는 알렉스는 재소자예배에서 음향을 맡으며 교도소 생활을 하다가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악당을 착한 사람으로 바꾼다는 루도비코 요법의 임상실험 대상이 된다.
내무부 장관의 입을 빌어서 감옥의 유용성을 이야기할 땐 움베르트 에코의 감시와 처벌이 떠올랐다. 감옥의 당위성에 대해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하는 건 맞다고 본다.
그리고 약물투입을 통해 폭력적 상황에 거부감을 느끼고 신체적 괴로움을 느끼게 하는 루드비코 실험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도대체 변연계의 어느 부위에 어떻게 작동하는 약물일까하는 궁금증이었다.
국가권력에 의한 자유의지를 제거하고 인형으로 만드는 실험이라 설명하던데 자유의지 전체가 아닌 특정 상황만을 거부하게 만드는 조절작용이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면 매우 무서운 상황이 전개되리라 싶어지기도 한다. 이 장면에서는 그래픽노블인 브이 포 벤데타가 떠올랐고, 경제적원리로 석방된 아들에게 다른 집을 찾아보라 얘기하던 알렉스의 부모를 보면서는 카프가의 변신이 생각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18세의 어느 순간 갑작스레 어른의 자리로 뛰어든 알렉스의 모습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 장면을 보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면 철든다는 고리타분한 교육학적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형이 되었다가 풀려난 알렉스의 주위에는 모델이 될 만한 어른이 없었고 친구의 영향이 더욱 큰 환경이었다. 그리고 알렉스가 기존의 놀이에서 더 이상 흥미를 잃어버리고 어른의 세계로 눈길을 돌린 건 나이가 들어서도 아니고 누군가의 멋들어진 훈계를 들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렉스가 그러고 싶어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부분에 논리적 설명이 없어서 참 좋았다.
사실 논리라는 것은 사람이 마음가는 것을 있어보이게 꾸며 주는 포장지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건 감정인데 그 감정의 변화를 설명하기는 힘들고 애써 설명하려는 노력들이 어거지라고 생각한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이 책이 왜 명작인가 싶기도 했는데 다 읽고나니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고 생겨나고 곱씹어 보게 만드는 책이다.
여운이 깊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시계태엽오렌지 #앤서니버지스 #박시영_옮김
#민음사_세계문학전집112 #책읽는과학쌤
'내키는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밝은 밤 (최은영) (1) | 2022.10.03 |
---|---|
낙원 (압둘라자크 구르나) (1) | 2022.09.25 |
와인이 있는 100가지 장면 (0) | 2022.02.17 |
SFnal.vol2 (0) | 2022.02.14 |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0) | 2022.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