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내가 가지고 있던 책을 펴보니 2013년도의 3판 23쇄본이었다. 처음 이 책을 읽은 건 대학시절 이었다.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압박감 속에 읽었고 , 10여년 전에는 독서모임의 지정책이라 읽었었다.
이전 판의 표지를 바라보며 20년이 넘은 책이 아직도 중고생 필독서 리스트에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이란 위치의 사람들이 게으른 건지, 작가나 출판사들이 게으른 건지 생각해보게 된다.
전면개정이라기에 뭘 얼마나 바꿨을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고, 지난 판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보느라 읽는 데에 제법 시간이 걸렸다.
먼저, 20세기의 10가지 주요 사건의 보고서라는 이 책의 목차부터 비교해본다.
같은 사건인데 부제들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이전판은 14개의 챕터인데 개정판은 에필로그 포함 12개의 챕터로 구성된다. 일본의 역사왜곡 자체는 세계사적으로 큰 의미가 없고 4.19혁명은 한국사 책에서 상세히 기술했기에 개정판에서는 뺐다고 한다.
가장 먼저 말콤 x편부터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카루스에서 프로메테우스로 변한 말콤 X에 대한 내용이 궁금했고 순서에 딱히 순서대로 읽을 필요성을 크게 느끼진 못해서 이기도 했다.
말콤 X편을 읽으며 40대의 유시민작가의 혈기왕성한 글들이 60대의 유시민작가에 의해 풍성해지고 차분해졌음이 느꼈졌다.
객관적이고자 했으나 비판적이며 냉소적이기도 했던 이전 책의 전개들이 담백해지고 넓어지고 자료들도이 많아졌다.
<말콤x편의 마지막 문단>
이전에도 읽은 책이고 다루는 주제 자체는 같지만 역사적 배경설명이 더욱 풍부해졌으며 넓고 깊어진 작가의 시선이 책 전반에서 읽혀졌다. 무엇보다 희망적이며 보다 애정이 깊어진 시선에서 유시민 개인의 변화도 느껴졌다.
큰 흐름과 주제의식은 사실 그대로이다.
그래서 꼭 다시 읽어야 하느냐고 묻고 싶어질 사람들도 많을 것이며 그렇게 묻는 사람들은 아마도 젊은 시절에 이전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었던 사람들일 것이다. 10년전,20년전 이 책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꼭 다시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본인의 가치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와 지식의 변화정도를 이 책을 읽으며 가늠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시민 작가의 변화를 꼭 발전이나 성숙이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10년전, 20년 전과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것은 퇴행이란 생각을 한다. 일정한 흐름 속에서 변화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나에게는 전면 개정된 이 책 <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21세기의 감각으로 돌이켜보는 20세기 주요 사건 보고서였다.
무엇보다 이전 판에는 없었지만 새로 추가된 에필로그 만큼은 누구나 읽고 함께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 '우주의 시간'에서 보면 모든 것이 '헛되고 또 헛된'일이지만 '역사의 시간'에서는 그렇지 않다..p368 (에필로그 중..)
#거꾸로읽는세계사 #유시민 #돌베게
#한시대를풍미했던_베스트셀러의_귀환
#20세기와_전환의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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