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했는데... 오미크론에 확진되었다.
9만여명 중의 한명이 되니..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일주일의 자가격리 기간을 잘 보내야겠단 생각이 들고 일주일동안 집에서 감금당해 지낼 방에 읽을 책을 쌓아두었다.
그리고 첫날 읽은 책이 [와인이 있는 100가지 장면]이다.
100편의 영화속에 숨어있는 와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책의 목차를 보면서 살짝 당황스러웠다.
한때 영화에 홀릭해서 지낸 적도 있었는데, 100편 중에서 봤던 영화보다 안 본 영화가 더 많아서였다, 게다가 분명히 봤던 영화인데 와인이 나왔던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봤던 영화들 먼저 읽어나가자 새록새록 그 장면들이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겪었다. 와인이 등장한 장면과 그 와인 얽힌 이야기들을 과하지 않게 풀어낸다. 와인을 마시는 순간 딱 설명하기 좋을 만큼의 분량으로 풀어주고 있다.
가장 먼저 읽은 파트는 조승우의 타짜.였다.
샤또 무통을 마시고 인상쓰는 고니를 보며 그렇게 마실꺼면 자기에게 달라고 하는 작가의 글에 살풋 웃음도 나왔다.
사랑스럽던 영화 <아멜리아>에선 그래 뱅쇼가 나왔구나, 하며 읽었고 "철이 없었죠, 샹송이 좋아서 파리에 갔다는 것 자체가"라는 유행어의 원조대사가 있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할란 에스테이트를 병나발 불수있는 카사노바의 모습이 떠올랐다.
파티광인 개츠비를 보여주는 디카프리오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정작 와인을 들고있는 장면은 단 한 장면뿐이었다는 설명에 살짝 놀라기도 했다.
아이언맨3에서 지하벙커의 와인셀러의 와인레이블을 읽어내고,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박사의 대화에서 등장하는 와인을 이야기하며, 딥임팩트에서 스쳐지나갈 수 있던 장면들을 기억하고 끄집어낸 와인쟁이 부부의 눈썰미와 기억력이 감탄스러웠다.
영화 속 장면 이야기뿐 아니라 와인에 대한 지식정보적인 내용이나 기본 매너와 다양한 팁들까지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전개도 좋았다.
아직 보지 못한 영화인 <사이드웨이>를 언제가는 봐야할것 같다.그 영화속의 리스트들이 매우 감탄스럽기 때문이다.
주변인들의 칭찬이 자자한데 아직 보지 못했던 <완벽한 타인>은 반드시 봐야할 것 같다.
재미있던건 와인을 전혀 모르던 시절에 봤던 영화들은 이 책을 읽었어도 와인이 등장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았던 점이다.
신경을 쓰지 않았어도 와인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여겨보긴 했던 것 같다.
약간은 암담한 느낌으로 시작한 자가격리의 첫 날이었는데, 기분좋은 책으로 시작해서 다행이다 싶다.
맛있는 샐러드에 와인한잔 하고싶었지만 확진 환자라는 현재의 신분에 걸맞게 꾹 참았다. 격리 끝나면 아주 맛난 와인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
#와인이있는_100가지_장면 #영화속_와인안내서
#엄정선.배두환_글 #박이수_그림 #보틀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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