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후기
#여행의이유
사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1시간 정도의 드라이브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고 그 이상은 피곤해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은 넓고 새로 집어넣어야 할 지식과 읽고싶은 작가의 소설도 많은데 남의 신변잡기까지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왔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을 주제로 한 에세이집인 <여행의 이유>는 사실, 아무리 작가의 명성이 드높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가도 손이 안가는 책이었다.
그런데도 책욕심은 많아서 예전에 꽤 친했던 지인이 재밌다고 얘기해줘서 구입해 놓고만 있었다.
책장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이 책을 읽게 된 건 속해있는 모임의 지정책이 되어서이다.
관심이 없던 책들을 어쩔수 없이 읽게 될 경우, 의외로 좋은 기억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여행의 이유는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좋은 경우는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드라마틱'하게 좋은 건 아니지만..괜찮게는 읽을 수 있었다.
중국으로의 최초의 해외여행과 한참뒤에 추방당한 이야기들, 알쓸신잡 방송에 대한 이야기 등 9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일단 쉽게 읽혀진다.
진화론적으로 인류는 걷고 걸어야하는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이며, 오이디푸스 이야기의 새로운 해석을 소개하며 여행자에게 예의바른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내용들은 인상적이었다.
호텔을 좋아한다는 작가가 집이 의무의 공간(p63)이라고 지적할 때는 무릎을 쳤고, 인간보다 수명이 짧은 개와 고양이를 반려라고 생각하면 애닲다(p212)는 구절에서는 울컥해졌다.
김영하작가의 산문집은 <보다>시리즈에 이어서 두번째인데 대중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면서도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려고 고민하는 대가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프로 작가의 모습이 읽혀졌다. 조금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지만 내 생각은 더 복잡해졌다는 의미다.
이 책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숙박시설과 교통시설을 고르고 짐을 싸서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 전부 여행이 될것같다. 누군가에겐 헬스장에서 중량을 치는 것이, 또 다른 어떤 이에겐 책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여행이 될 수 있을것 같다.
나에겐...공연을 보는 것이 여행이 아닐까 싶다.
내가 거주하는 일산이란 지역은 대부분의 공연장과 멀기에 드라이브하는 기분으로 다녀오고, 공연장에선 평소에 느끼기 힘든 감성에 흠뻑 젖어 나올수 있다.
스스로를 게으른 여행자라고 생각해왔는데..2021년 10월에만 4번의 여행을 다녀오는 부지런한 여행자가 나라는 생각이 든다. 더 열심히, 다양하게 여행다니고 싶어진다.
#여행의이유 #김영하산문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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