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사는 게 좋다고들 쉽게 말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의 기준은 너무나 높다.
인서울 4년제 대학 졸업 이후, 누구나 이름 들으면 알만한 회사를 다니며 30대 초반에 결혼하여 배우자 포함 2명의 자녀와 함께 수도권의 30평대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모습을 평범하다거나 보기좋은 전형적인 가정의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는 느낌을 항상 받는다.
만일 이 그림에서 무엇하나 빠지는 조건을 가지게 되면 주변 사람들의 입방아와 온갖 간섭에 시달리게 되곤 한다.
특히 비혼주의를 택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 덕담이라는 껍질을 뒤집어쓴 저주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는 꼰대 어르신들을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다.
평범한 가정의 기준이 너무나 높고 좁기에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기위해선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한 가족의 모습들이 인정받아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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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에이미 블랙스톤 교수가 지은 [우리가 선택한 가족]은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으로 보여졌다.
미국 메인대 교수인 저자는 남편과 함께 무자녀 커플로 살아가며 사회의 온갖 편견과 비아냥에 맞서 싸우고 있다.
저자는 아이없이 사는 것을 택하는 이유가 결코 이기적인 욕심에서 비롯되었다거나 아이를 싫어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가 생김으로써 생기는 두려움이나 불편함이 아니라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삶의 전망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 아이를 갖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면, 그들 대부분은 아이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피하고 싶은 삶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리라 그들이 만들어가려는 삶의 전망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 일부 논객, 설교자, 정치가들은 우리 모두가 아이들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선전하려 들겠지만, 아이를 갖지 않는다는 선택이야말로 확실히 아이들과는 상관없는 문제다. p253
사실 역사적으로 모성이란 비교적 새로운 발명품(p80) 이며, 모성으로서의 여성성은 사회적,정치적, 의학적, 종교적 제도를 통해 구축되며 여성이 아이를 충분히 많이 낳아야 한다는 출산장려주의가 퍼지도록 하려는 정책이 나오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이 출산장려정책은 재밌게도 사회 중상류계급의 기혼 여성들에게만 향해있다. 장애가 있거나 가난하거나 비혼의 여성들에겐 불임시술이 강제되는 시기가 있었고 여성의 생식력은 공공재라는 말도 안되는 인식을 가진 정치가들이 존재하기도 한다.실례로 저출산 위험이라는 대한민국이 내놓는 정책들도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고 있어서 실망하기도 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저자는 아이의 유무로 진짜 여성 인지를 묻는 것에 대해 분노하며 사회의 압력과 출산장려주의의 속박을 거부하는 일이야말로 힘과 자율성의 원천이라고 얘기한다.( p173)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혈연 공동체 가족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으며 서로 의지하고 지지할 수 있는 사람(과 반려동물)들의 집합을 새로운 가족의 모델로 제시한다.
새로운 가족의 모델제시와 더불어 제대로된 노년의 삶을 위한 여러 방법들을 제안하기도 한다.
사실 저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내용으로 이루어졌기에 살짝 일방적이며 치우쳐져 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은 보여줬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한번쯤은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이야기를 나눠야 할 책인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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