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스타 물리학자 김상욱교수가 올해의  책으로  꼽은   [가짜 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를  읽었다.

19세기말, 20세기 초에는  인류 문명의 발전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매우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고대부터   잉여시간과  여유를  누리는  유한계급이  실질적인  문명과 진보를  만들어  왔기에   인류 문명이  일정수준이상  발달하면  노동시간은  축소될 것이라는  이유때문이었다.

그러나,   주  15시간이  대세일것이란  많은  철학자와  경제학자들의  예상은  익히 알다시피  보기좋게  깨져버렸다.  내가   사는  대한 민국은  주52시간 노동을 이야기하며  근면성실이   모범이  되는  사회이며  주 15시간은  주휴수당의  기준선이란  의미만을  가지고 있다.

북유럽에  거주하는  이  책의  저자들은  사회가  진보,발전함에도  불구하고  왜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는가란  의문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 책을  만들어나갔고     여유시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생겨난  가짜 노동에서   그  답을 찾은 듯 했다.  

사실  가짜 노동은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다.(p301) 그러나 좋은  의도에서,  합리적  대응으로 시도된  일들이  제도화되면서  오히려 비합리적인   가짜 노동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일하느라  지친  번아웃 증후군이  아닌   기나긴  노동 시간동안   거의  아무 일도  하지않고  근로 시간운  보내느라  생기는  보어아웃 증후군에  대해  설명하면서  가짜  노동이   얼마나  만연해있는지를  설명한다. 휴식을  가지는 것이  좋은  시기에도   일을  만들어  해야 하기에  어느  누구에게도   실질적  소용도  없고   지속성도 없는   쓸데없는 일(소프트 프로젝트, 허위프로젝트)을  만들어  내야하는  상황도  보여준다.

사람들은  잉여인력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게으르지  않더라도  주어진  노동시간에  맞춰서  일을  늘리거나 여러  차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파킨슨의 법칙p126)고 지적한다.

사무직, 관료직의 증가는  합리적 행동의 비합리성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한 저자들은  정말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변화하기  위한 저자들을 주문ㅡ  청교도적  노동윤리에서  벗어나고  눈치보지 않고  퇴근하며 회의는 짧게 하고  불안을 덜어내자는  주장ㅡ 들은  어딘가에서  본듯 하고  반복되지만  괜찮다고 느꼈는데  가장 마음에  든  내용은   불완전함을  감수하라는  것과  시간으로  계량하지 말자는  주문이었다.

° 게으름은  개인뿐 아니라  문명사회  전체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ㅡ러셀.  p35
° 항상  진실일  필요는  없지만,  아무리 많은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결국  나쁜  상품을  구원할 수는 없다.  p118
° 반응이  어떻든  부조리한 일을 견딜  필요는  없다.  p292
° 우리는 또한   잘 작동하는  것들에  별거 아닌  혹은  최소한의  개선을  더하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  p345


김상욱 교수는  새로운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을  던진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증명된다고   얘기했는데  사실  이미  4시간 노동에  대한  주장들은  몇 번  접해보았기 때문에   아주 새롭다는  느낌은  솔직히   없었고   북유럽에선  가능하지만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싶은  주장들도  있다.  

그렇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맹목적인  근면성실과 노동 시간, 노동 환경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접근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기왕이면  전 세계적으로.

왜냐하면 가짜  노동은  우리를  야만적 상태로  다시  끌고 들어가려 하기 때문(p37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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