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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책읽기

서평_악마 (알렉스 파레)


우리는 사실 정확히 알지 못 하고 추상적 느낌만 가지고 어떠한 것을 안다고 판단할 때가 많다.

악마라는 존재가 그런 것 같다. 사탄, 루시퍼 등으로 불리는 이 존재의 기원에 대해 우리는 막연히 느끼고 있고 악마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하고 있다.

뮤지컬이나 문학작품 등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소재로 사용되는 악마는 원래부터 우리가 아는 이미지 였을까? 미술문화 출판사의 해시태그 아트북시리즈의 책 [악마]는 악의 본질을 탐한 예술가들의 기록을 참으로 매력적으로 담고 있다.




이 매혹적인 미술책은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신화와 종교에 악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있긴 하지만 악에 형태를 부여한 거의 유일한 종교가 기독교이기 때문이며 이 책에서 소개되는 예술가들이 대부분 기독교 문화권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성서에서 문헌으로만 존재하는 악마(적수,고발자)는 6세기에 들어와서야 최초로 이미지화되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거쳐왔다고 한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꼭 봐야할 작품들과 의외의 작품들이다.
이 책 <악>은 해시태그 시리즈 중 세번째로 읽게 된 책인데
마이너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언제나 의외의 작품들에서 소개된 작품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꼭 봐야할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것은 뒤러의 판화작품 <기사의 죽음, 그리고 악마>이다. 워낙 뒤러의 작품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상하게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진 못 한다. 그저 예수님닮은 최초로 싸인을 남긴 화가로 기억하는데 설명을 읽지 않아도 그 화가의 작품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판화로 저토록 정교하게 작업해낸 뒤러의 장인정신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장자크 푀쉐르의 청동상 작품인 <사탄>과 책 뒤표지에도 실린 윌리엄 부게로의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라는 작품 역시 몹시 마음에 들었다.



고뇌하는 사탄의 모습을 처음 본 1800년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싶다.

꼭 봐야할 작품들 마지막에는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이 등장한다. 그녀의 작품들은 볼 때마다 경이롭고 매력적이며 마음 아프다.



의외의 작품들에선 다양한 지식도 얻을 수 있었다.


왜 유럽의 기독교가 염소를 죄악시했는지 <염소와 판 神>이란 작품 해설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매우 에로틱한 작품이어서 차마 이 후기를 적는 공간에 작품을 소개하지 못하는게 아쉽다.

와인이름이로도 친숙한 diable이 그리스어에서 파생되었는데 원어가 질투를 불러일으킨다는 형용사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강한 독성을 가진 비소의 색이어서 녹색이 부정적이며 악을 의미하는 색이 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녹색이 이슬람의 상징색이기에 악마의 색으로 사용되었다고 설명된다.


< 미하엘 파허 _성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악의 서를 내미는 악마>



즉, 녹색이 악마의 색이 된 시기는 십자군 전쟁 이후라는 뜻이다. 마블시리즈에서 매력적 악당 로키의 색이 녹색인데 우리는 참으로 많은 상징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린 시절부터 악마는 타락한 천사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런 도식은 4세기의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만들었다고 한다. 표지로도 사용되는 프란츠 폰 슈투크의 작품<루시퍼>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볼리비아의 악마가면이나 허스트의 악귀두상 역시 실물을 직접 보고 싶단 욕심을 가지게 한다.




기분좋게 매혹적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단테의 신곡을 다시 읽어볼까 싶어지고 존 밀턴의 실낙원이 궁금해진다. 어떤 작품이길래 이토록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주었을까 알아보고 싶어진다.
더불어 기독교 문화권이 아닌 곳에서는 악하고 삿된 것들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궁금해진다. 더 찾아봐야 겠다.

• 조물주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루시퍼와 예술가 모두 마찬가지 아닌가? p42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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