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 그리고 넷플 드라마 킹덤에서 보면 호랑이에 의해 공격당하며 위험에 빠지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과거 호랑이에 의해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당하며 살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
동시에 범 내려온다 를 들으며 흥겨움에 박수를 보내왔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호랑이는 이처럼 이중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그런 사실을 지적하며 한반도 땅에서 호랑이를 멸종시킨건 한반도에 거주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란 사실을 이야기하는 책이 우리나라 최고의 생태작가라는 이상권님의 [위험한 호랑이 책]이다.
조선 시대 이후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호랑이를 탄압하고 멸종의 길로 몰고 갔는지 밝히고자 했다는데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소명의식을 가지고 글을 쓰셨는지 이해는 되었다.
왜 하필 조선시대 이후 호랑이의 슬픈 역사가 시작되었을까?
저자는 그 이유를 유교에서 찾았다.
• 조선의 등장은 호랑이의 시대가 가고 인간의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조선왕조는 불교를 멀리 하고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받아들였다. 유교는 세상의 중심을 인간이라고 생각했으니, 이 시점부터 모든 것이 인간 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종교가 호랑이와 인간의 갈등을 중재하던 시대는 그렇게 끝났다. p19
농업국가였던 조선은 농지를 늘려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을 개간해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호랑이는 큰 문제거리였다. 자신의 삶의 터전에 멋대로 찾아와서 불을 지르는 인간들과 호랑이의 충돌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충돌과정에서 인간이 다치면 호환虎患이라며 호랑이탓이 되어버렸다.
조선은 전 국민에게 호랑이 사냥을 독려했고 호랑이잡는 군대인 착호군(착호갑사)까지 만들었다.
호랑이를 잡으면 포상금은 물론 벼슬까지 얻을 수 있었고 호랑이의 가죽과 뼈,쓸개등은 비싼 값으로 팔 수 있었다.
조선의 백성들에게 호랑이는 반드시 없애야할 악의 축이자 인생역전할 수 있는 로또였다. 조선인들에게 호랑이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팔자를 고칠 수 있는 금덩어리 였다.
어떻게 해서든 호랑이를 없애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수호신처럼 모시고 의심하는 양면성을 보여주는데, 호랑이 무늬가 여성을 지켜준다고 믿어서 가마장식으로 쓰였다고 한다.
•호랑이를 얼마나 잡아들였으면 성종 때 왕실 창고에 1만여 장의 호피가 쌓여서 썩어가고 있다는 기록까지 있을까. 그 큰 생명체가 한 해에 1500 마리가량 죽어갔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이로써 조선이 호랑이를 얼마나 잔인하게 탄압했는지 알 수 있다. 오랫동안 국가가 주동이 되어 동물을 탄압한 역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p54
일제강점기는 조선인들에게도 잔인했지만 호랑이들에게도 잔인한 시기였다.
당초 범이라 불리던 이 야생동물들은 일본이 조선을 합병하자마자 범 호虎자에다가 늑대 랑狼을 결합시켜 호랑이라고 부르게 했다.
그리고 나라가 사라지며 함께 사라진 척호군은 정호군으로 부활하며 호랑이 사냥은 계속 되었다. 조상 대대로 호랑이를 악의 무리로 생각해온 조선 사람들은 일본인에 의해 호랑이가 멸종되어가는 과정에서 정호군에게 환호를 보냈다.
현재 한국에 남아있는 유일한 조선 호랑이 표본은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있다. 하라구치라는 일본인 사업가가 호랑이의 멸종을 예상하고 후손들에게 가죽이라도 물려주기 위해 박제처리하여서 학교에 기증했다고 한다. 일본인이지만 올바른 지식인의 품격을 보여주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호랑이보다 가죽값이 더 비쌌다는 표범 역시 호랑이와 비슷한 운명의 길을 걷게 되었다. 호랑이는 1940년에 마지막으로 잡히고 소수가 숨어살다 625전쟁때 마지막 일격을 당하고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표범은 1970년도에 마지막으로 잡혔다.
이 땅에서 사라진 뒤에야 호랑이는 산왕, 산신령으로 떠받들여 졌고 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돌이 &백호)가 되어 사랑받는 인기 캐릭터로 취급받는다. 이러한 상황을 저자는 호랑이가 전쟁에서 지고 역사에서 승리했다고 표현한다.
• 이 나라를 호랑이 나라라고 부른다. 비록 인간이라는 동물이 전쟁에서 각종 무기를 사용해 승리하긴 했지만 삶속에서는 호랑이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러니까 호랑이는 비록 삶에서는 인간에게 졌지만 역사에서는 승리한 것이다. 호랑이는 인간의 모든 생활 속에 침투해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다. p190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과 달리 한국에서는 호랑이는 이름만 남겨있다.
평소 인간중심적 사고를 무척 싫어하기에 책 전반에 흐르는 작가의 생각에 매우 동의하면서 마음아프게 ,한편으로는 감사하게 읽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적은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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